행복매일신문
기획·스페셜열 다섯번째 성공자
외모를 무척 사랑한 고팅가방에서 작은 회초리를 꺼내 민철이의 손바닥을...
정행지  |  happycwt@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01.24  12:07:25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정 교사는 소리를 지르며 손바닥으로 민철이의 등을 내리쳤다. 소리를 지르고, 등을 내리 친 것은 민철이가 미워서가 아니었다. 빨리 집으로 데리고 가기 위해서였다...

[열다섯번째 성공자 4회] 며칠 후 큰 일이 벌어졌다. 민철이가 야자를 빼먹고 술을 먹다 싸움을 벌인 것이다. 민철이와 3반 영일이가 한 패가 되고, 술집 근처에서 주먹을 쓰는 역전파와 실랑이를 벌이다 서로 치고 받았다.

학생들이 밥을 먹으며 소주를 마시는 데 옆에서 이를 보고 있던 폭력배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
“야, 이 새끼들. 고딩 놈들이 밥 먹으며 술을 처먹어.”
“형씬 뭔데 옆에서 시비여!”
성질이 불같은 민철이가 대들었다. 민철이는 성질이 과격하지만 학생들을 괴롭히거나 못살게 굴지는 않는다. 다만 누가 먼저 시비를 걸어올 때는 이를 참지 못한다. 이날도 폭력배들이 먼저 욕을 하자 흥분한 것이다.

“시비? 너 죽고 싶어!”
“깡다구 있으면 죽여 봐.”
“좋은 말로 타이를 때 들어. 형이 돌봐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형? 깡패 새끼들이 형이라고?”
“이 새끼들이 조직의 맛을 못 봤나?”

순간 조폭이 민철이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민철이도 지지 않았다. 4명이 싸움을 했는데 성질도 비슷하고 힘도 비슷했다. 술을 먹던 손님들은 겁에 질려 한 사람씩 밖으로 나갔다.
“여보세요. 학교지요? 여기 영등포 경찰서 인데 정인내 선생님 계세요?”
“전데요. 왜 찾으시지요?”
“민철이라는 학생이 그 학교 학생인가요?”
“예, 우리 반 아이입니다.”

“바쁘시지만 오셔야겠어요. 민철이가 술집에서 싸우다 경찰서에 와 있습니다.”
깜짝 놀란 선생님은 경찰서로 달려갔다. 이 때 시간이 밤 11시였다.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민철이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 옷은 찢어지고, 얻어맞아 터진 코는 휴지로 대충 막아 놓았다. 얼굴 표정은 화가 잔뜩 나 있었다. 선생님을 보자 미안한지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랬어?”

“죄송해요. 저 놈들이 먼저 시비를 걸어 싸웠어요.”
“이 놈의 자식, 착한 놈이 왜 술을 먹고 싸움을 해. 왜 평소에 안하던 행동을 하는 거야.”
정 교사는 소리를 지르며 손바닥으로 민철이의 등을 내리쳤다. 소리를 지르고, 등을 내리 친 것은 민철이가 미워서가 아니었다. 빨리 집으로 데리고 가기 위해서였다. 경찰관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지금 데리고 가지 않으면 내일 다시 조사를 받고, 자칫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 왜 이렇게 학생을 혼내세요. 이러면 안 됩니다.”
소리를 지르고, 때리는 것을 본 경찰이 오히려 당황해 했다.
“이런 놈은 혼나야 합니다. 이런 짓을 자주 하면 나도 신경도 안 써요. 착한 학생이 이런 짓을 하니 화가 나서 그래요.”
“이 학생이 싸움을 한 게 이번이 처음인가요?”

“그래요. 아주 착한 학생입니다. 그래서 화를 참을 수가 없어요.”
“선생님, 그래도 참으셔야지요. 착한 학생도 잘 못을 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진정시키세요.”
경찰관이 오히려 선생님을 걱정했다. 선생님은 바로 이때라고 생각했다. 경찰관이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였다.

“경찰관님, 이 학생 제가 되리고 가도록 해주세요.”
“선생님이요? 더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제가 되리고 가서 사람 만들어 놓을 테니 믿어 주십시오.”
경찰은 약간 당혹스러워했다. 학생을 너무 세게 꾸짖어 더 조사를 하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경찰은 선생님의 태도로 봐서 이 학생이 비록 싸움은 했지만 착한 학생이라는 생각을 했다. 또 담임선생님이 학생을 무척 사랑한다는 것도 알았다.

“민철이, 뭐해! 빨리 일어나지 않고.”
선생님은 또 소리를 쳤다. 민철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선생님은 가방에서 작은 회초리를 꺼내 민철이의 손바닥을 내리쳤다. 민철이는 아무 말도 않고 맞고 있었다.
“경찰서에서 폭력을 쓰면 안 됩니다.”
“이건 폭력이 아니라 사랑의 매 입니다. 이 학생을 데리고 가도록 훈방해 주세요. 모든 건 제자 책임질 테니 용서해 주세요.”

이 말에 경찰은 민철이를 돌려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학생을 경찰서에 두고 조사를 하고, 이를 처벌하는 것보다 담임교사가 왔을 때 믿고 내보내는 게 경찰도 마음은 더 편했다.

이렇게 해서 민철이는 훈방되었다. 민철이를 데리고 선생님 집으로 갔다. 얼굴이 깨진 민철이를 밤늦게 집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민철이는 선생님과 새벽 3시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도 졸렸고, 민철이도 졸렸지만 이런 만남이 처음이라 오랫동안 대화를 했다. 선생님은 민철이를 알고, 민철이는 선생님을 아는 좋은 기회였다. 먼저 선생님이 물었다.

“우리 반에 술 먹고 담배 피우는 아이들이 많지?”
“예, 술 먹는 애는 20명인데 음주량이 많지는 않아요.”
“대략 술은 얼마나 먹어?”
“많이 먹는 애는 소주 한 병 먹어요. 나머지는 맥주 몇 글라스 정도 마셔요.”
“청소년 음주는 아주 위험한 상태야.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 전국의 청소년 1만3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63.3%가 과거에 술을 마셨거나 지금 마시고 있다고 했어. 술은 청소년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는 연구가 있어. 원숭이에게 감귤 맛이 나는 술을 11개월 동안 먹이고 뇌 검사를 했어. 그랬더니 신경 줄기세포의 생산이 감소하고 해마가 퇴화했다는 거야. 기억력에 큰 문제가 가져온다는 거야.”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이 마시는 술이 얼마나 몸에 해로운지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술은 당장은 기분이 좋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신체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설명했다. 질문을 바꿨다.
“담배 피우는 학생은 얼마나 되지?”
“알려진 애들은 15명 정도인데요 숨기는 애들까지 합치면 더 많을 거예요. 하루에 한 갑 피우는 애도 있고, 5개비 또는 10개비 정도 피워요. 1-2개비 뻐끔담배 피우는 애들도 많아요.”
“그래? 흡연량이 제법 많은데…….”

“우리 반이 다른 반보다 더 많아요. 그래서 우리 반을 ‘골초 반’이라고 부르나 봐요.”
“난 이걸 걱정하고 있어. 우리 반 애들이 담배도 끊고, 술도 끊어야 할 텐테. 한참 공부할 나이에 술 먹고 담배 피우는 것은 본인에게도 해롭지만 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에게는 큰 걱정이거든.”
“애들은 그런 거 걱정 안 해요. 친구가 담배 피우고, 술 먹어도 신경 안 써요. 부모와 선생님처럼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고요. 담배 몇 대씩 빨면 어때? 또 술 몇 잔 먹으면 어때? 이런 생각을 해요.”

학생들의 금연과 금주가 왜 힘든지 알 것 같았다. 부모가 아무리 말해도, 선생님이 귀가 닳도록 얘기해도 학생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담배를 끊으려면 이런 마음을 먼저 바꾸어 놓아야 한다.
주제를 바꿔 학생들이 힘들어 하는 게 뭔지,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민철이는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학생들의 생활에 관한 것을 털어놨다.

“요새 너희들의 가장 큰 관심이 뭐지?”
“성적 올리는 거하고 여자 친구 만나는 거요. 다음은 좋은 핸드폰요. 영화도 보고 동영상도 촬영하고 노래도 들을 수 있는 걸 갖고 싶어 해요.”
“술과 담배는 어때?”
“그건 즐기는 애들만 좋아해요. 애들이 다 좋아하는 건 아니 예요.”
“여자 애들은 화장도 많이 한다면서?”

선생님은 몇몇 여학생들이 화장을 진하게 하고, 심지어 얼굴 성형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말을 들은 일이 있다. 얼마 전에는 한 학부모로부터 “일부 여학생의 외모가 어른보다 더 야하다.”는 소리를 들은 일도 있다.
“아휴, 우리 반 여자애들 요새 몸매 가꾸느라 난리 났어요.”
“학생들이 무슨 몸매에 신경을 써?”
“선생님, 한번 잘 보세요. 여자애들 거의 다 화장했어요. 어떤 애는 ‘줌마’ 같이 진하게 하고 다녀요.”
“그래? 선생님은 그런 데는 큰 관심이 없어.”
“코 수술한 애도 몇 명 있어요. 갑자기 코가 높아진 애들 있지요? 걔들은 수술한 거예요. 또 잘 보면 눈이 커진 애들도 있어요. 걔들도 수술했고요. 종아리가 가늘어진 애도 있는데 걔는 종아리 살을 흡입으로 파냈대요.”

민철이는 학급이 돌아가는 얘기를 신나게 했다. 숨김없이 다 얘기 했다. 선생님도 맞장구를 쳤다.
“여자는 남자보다 얼굴에 더 신경을 써. 눈과 코는 얼굴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야. 그래서 수술을 하는 것 같아. 학생들이 수술을 한다니 좀 나이에 맞지 않는 것 같구나.”
“나영이는 S라인 만든다고 점심도 안 먹어요.”
“S라인이 뭔데?”

“여자들이 옷 벗으면 몸이 S자처럼 쫙 빠진 거 있잖아요.”
“이 놈들, 어른 흉내는 다 내고 있네.”
선생님은 이성 친구에 대해서도 질문을 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너무 얘기가 진지해 더 듣고 싶었다.
“민철이, 너 여자 친구 있어?”
“선생님! 그걸 질문이라고 하세요?”
“여자 친구가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우리 반 애들 반은 여자 친구 있어요.”
“그렇게 많이! 반 애들끼리 친구가 된 건가?”
“반 애들끼리 좋아하기도 하는데요. 그럼 잘 못하면 왕따 되어요. 다른 반, 다른 학교 애들을 사귀고 싶어 해요.”
정행지

< 저작권자 © 행복매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정행지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5가길 3-1, 5층 501-B호 (당주동, 영진빌딩)  |  대표전화 : 02)2275-0924  |  팩스 : 02)2275-0925
명칭 : (주)행복미디어  |  제호 : 행복매일신문  |  등록일 : 2012년 5월 15일  |  발행일 : 2012년 5월 24일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서울 아 02118  |  사업자등록번호 : 104-86-41933  |  발행인/편집인 : 정우택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우택
Copyright © 2011 행복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happytoday.kr